히로시마현 다케하라시의 다다노우미항에서 페리로 약 15분. 세토내해에 떠 있는 오쿠노시마는 사람을 잘 따르는 야생 토끼들이 맞아주는 ‘토끼의 섬’, ‘래빗 아일랜드’로 국내외에서 많은 관광객이 찾는 인기 명소가 되었습니다. 섬을 걷다 보면 곳곳에서 깡충깡충 토끼가 다가오는 풍경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애초에 왜 이 작은 섬에 이렇게 많은 토끼가 살게 된 걸까요? 이번에는 오쿠노시마에 토끼가 있는 이유와 그 배경에 있는 역사, 그리고 현재의 과제에 대해 자세히 소개합니다.

오쿠노시마의 토끼는 어떤 종류일까?
오쿠노시마에 사는 토끼는 일본 산야에 서식하는 야생 토끼(노우사기)가 아니라, 유럽산 굴토끼를 가축화한 ‘카이우사기(사육토끼)’입니다. 원래 일본에는 없던 외래종으로, 애완용으로 사육되는 품종과 같은 계통입니다. 야생화되긴 했지만 엄밀히는 ‘야생동물’이 아니라 ‘반야생화된 외래종’으로 분류되며, 일본 환경성 자료에도 그렇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오쿠노시마에 왜 토끼가 있는 걸까
오쿠노시마의 토끼에 대해 알아보면, ‘과거 육군의 독가스 실험에 사용되던 토끼의 후손’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속설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쿠노시마에는 전쟁 중 독가스 제조 공장이 있었지만, 자료관 초대 관장을 지낸 무라카미 하쓰이치 씨는 전쟁 중 섬에서 야생 토끼를 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증언했으며, 실험에 사용된 토끼들은 종전 후 시설 처리 과정에서 모두 처분된 것으로 여겨집니다. 오쿠노시마가 걸어온 독가스의 섬으로서의 역사는 아래 기사에서 자세히 소개하고 있습니다.

현재 널리 알려진 설에 따르면, 토끼가 섬에 들어온 것은 1971년의 일입니다. 당시 오쿠노시마는 국민휴가촌으로 정비가 진행되고 있었고, 그 마스코트 동물로 지역 초등학교에서 기르던 토끼 8마리가 섬에 방사되었습니다. 이것이 야생화되어 번식하면서 현재 토끼들의 조상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후에도 섬으로의 토끼 반입이 거듭되며 개체 수는 더욱 늘어났습니다.

왜 이렇게까지 늘어났을까 ― 천적이 없는 환경과 높은 번식력
오쿠노시마의 토끼가 이렇게까지 수를 늘린 배경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천적이 거의 없는 환경입니다. 섬 안에는 여우나 족제비, 들고양이나 들개처럼 토끼를 포식하는 동물이 없으며, 유일한 천적이라 할 수 있는 것은 까마귀 정도라고 합니다.
또 하나는 카이우사기 자체가 가진 매우 높은 번식력입니다. 토끼는 1년에 3~5회 출산하며, 한 번에 1~9마리 정도의 새끼를 낳습니다. 암컷 한 마리로 환산하면 연간 20~25마리 정도를 낳는 셈이 되어, 조건만 맞으면 개체 수가 단기간에 크게 늘어납니다. 한편 태어난 새끼 토끼의 생후 1년 이내 사망률은 90% 이상이라고도 하여, 대부분은 성체가 되기 전에 목숨을 잃습니다.
관광객에게 사랑받는 ‘래빗 아일랜드’가 되기까지
오쿠노시마의 토끼가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 중 하나는 2011년(토끼띠 해)에 미디어에 소개되는 기회가 늘어난 것입니다. 이어 2013~2014년경에는 섬을 찾은 여행자가 촬영한 토끼 영상이 해외 SNS와 동영상 사이트에서 확산되며 ‘래빗 아일랜드’로 국제적으로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이후 오쿠노시마를 찾는 관광객 수는 꾸준히 증가했습니다. 2010년도에 약 15만 2,000명이었던 방문객 수는 2017년에는 역대 최다인 약 36만 명까지 늘어났습니다. 2018년에 실시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93%가 ‘토끼와의 교감’을 목적으로 방문했다고 답해, 이제는 오쿠노시마의 관광을 토끼 없이는 이야기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토끼를 둘러싼 과제
관광지로서 인기를 모으는 한편, 오쿠노시마의 토끼에게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습니다. 추정 서식 수는 1990년대에는 약 600마리, 2000년대에는 약 300마리 정도로 추이했으나, 이후 관광객의 먹이 주기 영향도 있어 증가세로 돌아서 2018년에는 추정 920마리 이상까지 늘어났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 유행으로 관광객이 크게 줄어든 영향도 있어, 2021년 목시 조사에서는 약 400마리까지 수가 줄었습니다.
관광객의 과도한 먹이 주기는 토끼 수를 늘릴 뿐 아니라 섬의 생태계 균형을 무너뜨리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먹다 남은 먹이가 멧돼지나 쥐를 끌어들이고, 멧돼지가 토끼를 포식하는 사례가 보고된 적도 있습니다. 또한 2024년 11월 이후 단기간에 다수의 토끼가 사망하는 사건이 확인되어, 환경성이 감시 카메라 증설과 순찰 체계 강화에 나서는 사태도 발생했습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방문객 한 사람 한 사람이 규칙을 지켜 토끼들도 안심하고 살 수 있는 환경을 지키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방문 시 알아두어야 할 토끼와의 규칙(2024년 9월 개정)
오쿠노시마 미래만들기 실행위원회와 환경성은 사람과 토끼 모두가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방문객에게 다음 네 가지 규칙을 당부하고 있습니다.
- 토끼를 만지지 않는다. 손으로 직접 먹이를 주지 않는다 — 사람에게 옮는 질병이나 벼룩·진드기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으며, 안으면 토끼가 스트레스를 받거나 떨어뜨려 다칠 수 있고, 손으로 먹이를 주면 물릴 위험도 있습니다.
- 도로 위에서 먹이를 주지 않는다. 발밑의 토끼에 주의한다 — 도로는 자전거와 차량이 다니기 때문에 위험합니다. 먹이를 찾아 도로로 뛰어든 토끼가 사고를 당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 다 먹을 때까지 지켜보고, 남은 먹이는 가지고 돌아간다 — 남은 먹이가 썩거나 멧돼지·쥐의 먹이가 되면 토끼 개체 수 증가와 생태계 악영향으로 이어집니다.
- 반려동물(생물)을 데려오지 않는다. 토끼를 섬 밖으로 가지고 나가지 않는다 — 생태계 영향과 질병 전파, 동물 유기(법령 위반)를 막기 위한 규칙입니다.
토끼에게 먹이를 주고 싶다면 섬 안에서 판매하는 전용 펠릿 등을 땅에 놓아 주는 것이 안전합니다. 귀엽다고 쫓아가거나 억지로 안아 올리지 말고, 토끼 스스로의 속도로 다가오기를 기다려 주세요.
오쿠노시마로 가는 길
오쿠노시마는 JR 구레선 다다노우미역에서 도보 약 3분 거리의 다다노우미항에서 페리로 약 15분입니다. 섬 안에는 숙박시설 ‘큐카무라 오쿠노시마’와 캠핑장도 있어, 당일치기는 물론 숙박하며 느긋하게 토끼들과 교감하는 여행도 추천합니다. 독가스 자료관과 게이요 요새 유적 등 섬의 역사를 전하는 명소도 곳곳에 있으니 함께 둘러보세요.

외래종이면서도 이제는 오쿠노시마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된 토끼들. 그 사랑스러움 뒤에 있는 역사와 현재의 과제를 알고 방문하면, 이 섬에서의 시간이 한층 더 깊어질 것입니다. 규칙을 지키며 토끼들과의 교감을 즐겨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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